그냥 한 번 말해 봤소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2012,7,8)|▣ 주일강론

은가루리나 2018. 10. 22. 10:15


<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 2012,7,8

 

한국의 서울대교구에서는 지난 해까지 7월 5일 성 안드레아 김신부님의 축일을

즈음으로 해서 매년 사제서품식을 거행해 왔었다.

 

올해부터는 사제 양성기간이 과거에 비해 1년이 더 늘어난 7년으로 정착되면서

7월에 있던 사제서품식이 12월로 늦춰지게 되었다.

 

한국의 17개 교구에서 매년 배출되는 사제의 수는 가장 큰 서울교구의 2~30명을

비롯해 아마 적어도 5~70명 정도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난 주간에 오카다 타케오 대주교님께서 서울교구의 사제수가 얼마냐고 물으셔서

대략 800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더니 놀라워하시는 표정을 지으셨는데,

일본 교회에서 한 해에 탄생되는 사제의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잘은 모르지만

아마 저는 그 숫자가 매우 적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난 번 성소주일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정말 이 일본 교회가 내맡김의 영성을 통하여 신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더나아가 많은 사제들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 저의 아주 큰 소망이다.

그리고, 주님께서 꼭 그렇게 이끌어 주실 것을 굳게 믿는다. 

 

저는 오늘 저의 왕선배이신 김대건 신부님의 축일을 맞이해서

모든 신부님들과 모든 신자 여러분께 각각 한가지 씩 말씀드리고 싶다.

 

먼저 신부님들께는,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하느님께 맡기고 사시라는 것" 이다.

 

일생을 하느님을 위해서 사제직을 통해서 일생을 다 내맡겼는데

더 이상 무엇을 더 내맡기고 살라는 것이냐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도 오랜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었는데 사실 사제직만 받은 것이지

모든 것을 하느님께 내맡긴 삶을 살아오지는 못했었다.

 

지난 주일에 이곳 성당을 방문하신 선배 신부님께서 저에게

본당을 은퇴하신 신부님들과 은퇴를 앞두신 신부님들을 만나보면 

그분들의 얼굴에 풀이 죽어 있고 많이들 힘들어 하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바로 그것이 신부님들께서 주님께 모든 것을 내맡기는 삶을 살아오지

못하셨다는 말씀으로 밖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실지로 제가 알고 있는 대로 적지 않은 신부님들이 은퇴하신 후의 생활을

많이 걱정하고 계시며 그래서 은퇴하기 전에 미리 많이들 준비(?)하고 계신다.

그리고 은퇴 후에도 많이 외로운 삶을 살아가신다고 한다.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위탁하고 내맡기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아주 대표적인 모습은 어느 상황에 어떻게 산다고 해도 "외롭지 않다" 는 점이다.

 

하느님이 함께 해 주심을 느끼며 하느님과 함께 사는데 무엇이 외로우며,

또 하루하루 모든 것을 다 채워주시는데 무엇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겠는가?

(또 혼날 소리했네요.)

 

두 번째로, 신자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

 

사제를 존경하지는 못할 망정,

사제에게 무례(無禮)하거나 특히, 사제와 대적(對敵)하지 마십시오.

 

사제가 아무리 부족한 인간이라 하더라도

그는 하느님께서 직접 뽑아세우신 '하느님의 종'이기 때문이다.

 

사제의 사목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하느님이 그를 심판하게 해드려야지,

그와 대적하여 그를 심판한다면 자신이 하느님 자리를 빼앗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면, 하느님이 그 사람을 심판하실 것이다.

 

구약에서 노아가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벌거벗고 자는 모습을 본

아들 함은 셈과 야벳에게 그 사실을 떠들어서 '저주'를 받게 되었고,

셈과 야벳은 아버지의 알몸을 보지 않고 겉옷으로 덮어드림으로 '축복'을 받았다.

 

사제(神父)는 신자들의 영적인 아버지이다.

사제의 잘못을 보고 그것을 까발려 온 동네방네 떠들기보다는

오히려 불쌍한 그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 드려야 할 것이다.

 

저는 자기의 주장이나 생각이 사제보다 더 잘났다고 우기면서

자신의 사제를 헐뜯고 대적하는 매우 똑똑한 신자들의 '끝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그런 사람이 잘 될리가 萬無한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그가 제자라서 시원한 물 한 잔이라도

마시게 하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마태10,42)

 

지금 이러한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제가 여러분에게 대접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다.

저는 이미 하느님과 많은 신자 분들로부터 정말 과분하게 많은 대접을 받았다.

오히려 여러분이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대접을 받으시라는 뜻이다.

 

오늘, 정말 한국의 자랑스러운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야말로, 자신의 모든것을 하느님께 완전히 다 내맡기신 분이다.

 

한국의 훌륭한 첫 사제를 모시고 있는 저를 비롯한 모든 사제와 신자들이

그분의 내맡김의 삶을 본받아  하느님께 더욱 자신의 모든 삶을

내맡겨 드리는 삶을 살아가시길 이 미사 중에 간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