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
1925년 11월 1일
지옥 고통을 능가하는 예수님의 부재 고통.
하느님의 뜻 안에서 고통받는 것의 의미
18 나중에 나는 기진맥진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자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측은히 여기시고 나의 내면에서 나오셨는데,
입 안에 피가 가득 고인 모습으로 비틀비틀 간신히 나오셨다.
피가 너무 가득 차서 말씀도 하실 수 없어 그 애처로운 눈길로 나의 도움을 청하시는 것이었다.
19 나는 그런 예수님의 고통 앞에서 나 자신의 고통은 잊어버렸다.
게다가 그분께서 현존해 계시니 아무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함께 고통을 받게 해 달라고 청하였다.
얼마간 그분과 함께 고통을 받고 나자, 그분의 입에 고이던 피가 멎었다.
20 그분께서는 당신의 부재로 하여
내가 얼마나 살가죽과 뼈가 맞붙을 정도로 바짝 마른 몰골이 되었는지를 보시고
품에 꼭 껴안아 주셨다.
또한 당신 자신으로 나를 가득 채워 주시려고 나의 내면에 드러누우셨다.
그런 다음 이렇게 말씀하셨다.
21 "가엾은 딸아, 네가 얼마나 처참한 모습이 되었는지!
네 말이 맞다.
하느님을 상실한 고통은 무엇보다도 큰 고통이다.
너무나 큰 고통이기 때문에 너를 지탱하기 위해 내 뜻의 모든 힘이 필요할 정도였다.
22 그러나 너는 내 뜻 안에서 고통받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모르고 있다.
내 뜻이 있는 곳에는 너의 고통도 흐르고 있었다.
즉, 땅에도 하늘에도 성인들과 천사들 속에도 있었다.
네 고통이 그들에게 다다르자, 모두 너를 보며 도움을 줄 태세를 취하였다.
모든 눈이 너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23 그러니 만일 낙원이 고통을 받을 수도 있는 곳이라면,
그들의 기쁨과 행복을 모조리 고통으로 바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을 받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그들 모두가 은총을 간구하였다.
그토록 큰 고통과 맞바꾸어 주기 위함이었다.
24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사는 영혼의 고통은 모든 이의 십자가이니,
이 고통이 모든 것을 보속하고 하느님 정의의 격노를 천상 이슬로 바꾼다.
그러니 용기를 내고, 결코 내 뜻 밖으로 나가지 마라."
25 나는 그 말씀을 듣고 어리둥절해졌다.
실없는 푸념을 늘어놓았기 때문에 예수님의 꾸지람이 내리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완전한 평화 안에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