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1권

{천상의 책 1권16장} 교전과 승리

은가루리나 2016. 2. 4. 00:47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1-16



교전과 승리




1 그러자 내 마음속에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다. 정말이지 끔찍한 마귀가 나를 사로잡은 것 같았다! 

사랑하올 내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 좀 전까지만해도 아주 강렬하게 느껴지던 그 사랑이, 

이글거리는 증오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이는 내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일으켰다. 

참으로 다정하게 나를 대해 주셨던 주님을 

이제 와서 마치 더없이 잔혹한 원수이기나 한 듯 증오하며 모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영혼이 갈기갈기 미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 게다가, 그분의 모습마저 증오심이받쳐 올라  볼 수가 없었고, 

거룩한 묵주를 손에 들거나 입을 맞출 수도 없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반발심 때문에 

묵주를 산산조각 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 하느님! 얼마나 기막힌 고통이었는지! 

설사 지옥에 

하느님을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어지는 고통 외에는  다른 고통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끔찍하고 영원한 고통만으로도 충분히 지옥을 이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3 때때로 악마는 

주님께서 내게 베풀어주신 모든 은총들을  내 상상이 만들어낸 것으로 눈앞에 펼쳐 보였고, 

그러니 더 안락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라고 부추겼다. 

또 어떤 때는 그 은총들을 참된 것으로 제시하면서  나를 비난하기도 하였다.


4 "예수님께서 너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보이느냐? 

그러나 이제, 네가 그분의 은총들에 응답한 보답으로 어떻게 하셨는지도 보아라. 

네가 보다시피, 그분은 너를 우리의 손에 넘겨주셨다. 

지금 너는 우리의 것이다. 완전히 우리의 소유이다. 너는 끝장이 났다는 말이다. 

우리의 노리개와 같이 되고 말았으니, 

그분께서 너를 다시 사랑하시리라는 희망은 조금도 없다."


5 사탄의 이 흉측한 말을 듣고 나는 

주님께 대한 형언할 수 없는 분노와  구원을 얻을 수 없으리라는 극도의 절망감에 짓눌렸다. 

이 상태가 때로는 너무 악화되어 

손에 들고 있었던 상본을 갈가리 찢어버릴 정도로  센 격분과 절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6 그러나 그렇게 하면서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소리내어 울었고, 

거의 동시에  그 찢어진 상본 조각들을 주워  몇 번이나 거듭거듭 입맞추곤 하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를 누가 물었다면, 

그 두 가지 행위를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요되고 있었다는 말밖에는 

달리 무슨 말을 할지 몰랐을 것이다.


7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상본을 찢은 행위는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나를 윽박지르던 악마에게서 온 것이었던 반면, 

입맞춤을 거듭한 행위는 내 안에서 작용하고 있었던 은총의 결과였다는 확신이 든다.


8 그런 후 즉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하면서 내 영혼은 슬픔으로 쪼개지는 것 같았지만, 

마귀들은 내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한 것을 보고 

즐거워 날뛰며 나를 비웃는 것이었다. 

귀가 멍멍하도록 시끄럽게 야단석을 떨면서,

"네가 얼마나 우리 것이 되었는지 보이겠지? 

이제 남은 일은 너를 지옥으로 끌고 가는 것뿐이다. 

몸이든 영혼이든 몽땅 말이지. 그것도 당장 해치우고 말겠다!" 하는 것이었다.


9 가련한 족속들! 

마귀들은 그러나, 

내가  한없이 사랑하는 예수님과 언제나 결합되어 있는 내 마음을 보지는 못하였다. 

그 찢어진 상본 조각들에 그렇게 거듭 입맞추며 울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는데 말이다.



***



10 마귀들은 또 기도하는 것은 딱 질색이기 때문에, 

내가 방바닥에 엎드려 기도하는 것을 보면 

그때마다 격분하여 내 옷을 잡아당기거나  기대고 있는 의자를 잡아당겼다. 

어찌나 무섭게 구는지, 

기도하기를 그만두면 시달리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때때로 멈추곤 하였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은 특히 밤중에 일어났다. 

잠을 청해 보려고 침상에 누워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있노라면, 

이를 알아차린 그들은 담요건 깔개건 베개건 무엇이나 앗아가며 괴롭히는 것이었다.


11 그래서 

잠들 수 없어진 나는 계속 깨어 경계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흡사 

어떻게 해서든 자기의 목숨을 앗아가겠다고 맹세한 잔인한 적이 

치명타를 가하기에 적절한 순간을 노리며 가까이 있음을 알고 있는 사람과도 같았다.

이와 같이 언제나 눈을 크게 뜨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마귀들이 나를 지옥으로 데려가려고 오는 순간을 알기 위함이었고, 

그 순간에 최대로 격렬히 대항함으로써  그들의 악독한 음모를 지하위함이었다.


12 영혼 상태가 그러했던 만큼, 

머리카락은 온통 가시처럼 곤두서고, 온 몸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혈관 속의 피가 얼어 그 냉기가 골수까지 사무치고,

신경은 공포로 수축되어 일종의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



13 그리고 다른 때에는 자살 유혹에 휘몰리기도 하였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예컨대, 우물 가까이에 있으면 서둘러 그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칼이나 다른 어떤 흉기를 보면 

그것으로 자살함으로써  이와 같은 생활 상태를 끝장내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마귀들의 간교한 술책임을 깨닫고  도망쳐서 

그 아슬아슬한 위기를 모면하곤 하였다.


14 그럼에도 악령들의 이 흉측한 말소리는 피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죄를 지었으니, 계속 더 살아보았자 헛일이다! 

네가 네 하느님에게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너를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들은 이 말을 하면서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내가 실제로 더 많은 악을 저질렀다는 것, 

러므로 이제는 자비를 희망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믿게끔 하였다. 

그리고 내 영혼 깊은 곳에서까지 이렇게 되풀이해서 말하는 그들의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15 "그토록 하느님의 원수가 되고서도 어떻게 계속 살아갈 수 있겠느냐? 

너는 네가 수없이 모욕하고 저주하며 증오했던 하느님이 어떤 존재인지를 모르느냐? 

너를 온통 에워싸고 있는 그 무한한 하느님을 어떻게 감히 모욕했느냐? 

네가 바로 하느님 눈앞에서 감히 하느님을 모욕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냐? 

네 영혼이 하느님을 잃고 말았으니, 누가 다시 너에게 평화를 주겠느냐? 

너의 원수이고 하느님의 원수인 우리들에게서 누가 너를 해방시켜 주겠느냐 말이다.?"


16 이 말을 듣고 나는 고통으로 죽을 것만 같았다. 

울음을 터뜨리며 되도록 잘 기도하려고 애썼지만, 

악령들은 나를 더 큰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려고 유난히 극성을 피우며 괴롭혔다. 

사방에서 몸통을 마구 두들겨 패는가 하면, 

무엇인지 모를 가시 돋친 무기로 

팔다리를 쿡쿡 찔러 대고 숨이 막히도록 목을 조여대는 통에 

이제는 정말 죽는구나  싶어질 지경이었다.



***



17 한 번은 내가 방바닥에 누워 어지신 예수님께 자비를 베풀어주시기를, 

그래서 이 악마적인 시험을 견딜 수 있는 새 힘을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었는데, 

그때 누군가가 땅 밑에서 내 발을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땅바닥이 갈라지는 것이 보였고 

시뻘건 불길이 솟아오르면서 온 몸을 휩싸는 것이었다. 

악령들은 나를 떼밀어 그 불구덩이 속에 처넣으려고 폭력을 휘둘렸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내 소리를 듣고는 조금도 해치지 못한 채 물러갔다.







18 이제까지 이야기한 것들과 또 이보다 더 심한 일을 겪은 후에, 

너무나 심해서 거의 죽은 거나 진배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 

언제나 자비로우신 예수님께서 오셔서 새로운 생명의 힘으로 기운을 차리게 해 주셨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들 속에서 

나의 의지가 악을 극도로 지겨워해서 

죄의 그림자만 생각해도 쓰디쓴 고통을 맛볼 정도였기 때문에 

아무 죄도 짓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게 하시면서 위로해 주셨다.


19 그런 다음 그분께서는 

악마는 사악한 영이고  따라서 거짓말쟁이니까 

절대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셨다. 

그리고,

"좀 더 고통을 참고 견뎌라. 그런 후에는 완전한 평화를 받게 될 것이다." 

하는 말씀과 함께 사라지셨다. 

나는 홀로 남았지만, 영적으로 온전히 원기를 회복하여 새롭게 태어난 상태가 되었다. 


20 이와 같이 예수님께서는 가끔 나를 찾아오셔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주셨는데, 

그러한 방문은  특히 곧 죽을 것 같은 처지에 있는 나를 보셨을 때, 

혹은 앞으로 더 심하게 악마의 시달림을 받도록 하시려고실 때  일어나곤 하였다. 

그럴 때면 그분은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모습으로 나타나셨고 

거룩한 빛을 강물처럼 풍성히 사방으로 퍼뜨리시어, 

이 빛을 받는 사람은 누구든지 진리를 온전히 깨닫지 않을 수 없게 하셨다.




21 그 뒤 나는 다시 새로운 투쟁을 벌여야 하는 시험에 붙여졌다. 

마음이 온통 의심으로 가득 차게 되었으니 

이로 말미암아 매우 슬프고 비참한 상태에 빠져든 것이다. 

더구나, 영성체를 몹시 증오하는 악마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해야 하겠는가? 

아무튼 그는 성체를 영하지 못하게 하려고 교활한 술책을 총동원하는 것이었다.


22 하느님을 미워하는 죄를 그렇게 많이 짓고도 이 성사의 하느님을 받아 모시는 것은 

뻔뻔스럽고 염치없는 짓이라고 설득하려고 기를 썼고, 

그래도 내가 감히 성체를 받아 모시면 

내 안에 예수님이 오시는 것이 아니라 

더없이 사악한 악마가 와서 마구 사납게 나를 괴롭히다가 

결국은 영원한 죽음에 떨어지게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23 그런데 과연 성체를 모시고 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죽음의 고통이 덮쳐 다시는 되살아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몸이 완전히 마비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그리고 

이런 상태에 머물러 있지 말라고 하신 명령에 순명하겠다고 했던 기억을떠올리자자, 

즉각 원상태로 회복되는 것이었다.

24 그러므로,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  순명 내 안에 승리 가져왔고, 

그 처참한 고통 속에 휴식과 큰 위안을 주었다. 


그럼에도 고해사제에게 성체를 모시지 않게 해달라고 청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그 이 죽음과 같은 고통을 겪고 싶지 않기문이었다. 

사제는 거룩한 순명의 이름으로 반드시 성체를 모시기를 명했지만, 

악령들이 내게 공세를 취하려는 조짐이 미리 보일 때는 번번이 성체를 모시지 않았고, 

때때로 모실 때에도 

이후의 그 큰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아무 준비 없이 모시고 감사기도도 거의 바치지 않았다.



25 그리고 밤이 되어 내가 기도나 묵상을 하고자 하면, 

악령들은 우선 등잔불부터 꺼버렸다. 

그리고 나로 하여금 섬뜩해져서 기도를 못하게 하려고 

비명을 질러대거나 죽어 가는 사람처럼 쇠잔한 신음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 힘든 시험을 치르는 동안 

이 지옥의 개들이 행한 온갖 짓거리를 더 언급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26 그들은 내게 공포를 안겨 줄 목적으로, 

그보다도 더욱, 내가 모든 영적 선업을 소홀히 하게 할 목적으로   그렇게 했던 것이다. 

이는

(싸움이 완전히 멎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상당히 소강(小康) 상태로 접어들었던 몇 주간을 제외하고는) 

삼 년 가 지속된 시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