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일
성전을 떠나는 하느님 뜻의 나라의 천상 여왕
성 요셉과의 결혼 - 결혼 생활을 하도록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모든 사람이
그들 자신을 비추어 보아야 할 거룩한 거울
천상 어머니께 바치는 기도
거룩하신 어머니,
오늘은 어느 때보다도 더욱 어머니의 팔에 안겨 있을 필요를 느낍니다.
어머니 안에 군림해 계신 하느님의 뜻이 부드럽게 제 뜻을 사로잡아
언제나 그 뜻에 굴복하게 하시고,
따라서 하느님 뜻이 아닌 것은 제가 감히 행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어제의 가르침을 통하여
인간의 뜻이 가련한 인간을 감옥으로 던져 넣는 것임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뜻이 빠져나갔다가 다시 제 안에 자리를 잡을까 봐 두렵습니다.
어머니께 저를 맡기는 것도 그 때문이오니,
언제나 하느님 뜻 안에서 살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도록 저를 지켜 주십시오.
천상 여왕님의 훈화
힘내어라. 얘야, 용기를 가지고 이 엄마에게 의탁하고,
네 뜻은 결코 살리지 않겠다는 목표를 단단히 다져라.
오, 나는 네 입술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을 얼마나 듣고 싶은지 모른다!.
“어머니, 제 뜻은 이제 끝장났습니다.
하느님의 뜻만이 저를 완전히 지배하십니다.”
이 말이 바로 네 뜻을 계속 죽이는 무기이고,
내 모성적인 사랑의 능력을 모조리 쏟아내어
너를 내 나라에서 살게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내 마음을 사로잡는 무기이다.
이것이 너에게는 참 생명을 주는 달디 단 죽음이 될 것이고,
나에게는 하느님 뜻의 나라에서 거둘 가장 멋진 승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나를 신뢰하라는 것이다.
불신은 승리하기를 진정으로 결심하지 못하는 비겁한 사람들의 속성이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언제나 무기를 소지하지 않는다.
무장 되어 있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고,
그래서 선업을 행하는 데 있어 항구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기 십상인 것이다.
이제 내 이야기를 들어 보아라.
얘야, 나는 계속 성전에서 살면서 저 위 내 천상 고향에 잠깐씩 다녀오곤 하였다.
하느님의 가족인 성삼위께서는 내게 아버지 이상의 가족이셨으니,
그분들을 찾아뵙는 것은 딸인 나의 권리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 어느 날,
놀랍게도 성삼위께서 내가 성전을 떠나
요셉이라는 이름의 경건한 사람과 그 당시의 관습대로 혼인계약을 맺고
나자렛 집으로 가서 그와 함께 사는 것이 그분들의 뜻이라는 것을 알려주신 것이다.
얘야, 내 생애의 이 단계에서
하느님께서는 나를 위험 속에 두시고자 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세상의 어떤 사람을 (인간적인 사랑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다.
하느님의 뜻이 내 온 존재를 차지하셨고,
따라서 나의 인간적인 뜻은 완전히 죽어 있었기 때문에,
인간적인 사랑의 씨라는 것이 내 안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 남자를
그가 얼마나 큰 성인이건, 어떻게 인간적인 차원에서 사랑할 수 있었겠느냐?
사실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했지만
게다가 모든 사람에 대한 그 사랑은 꺼질 줄 모르는 불 글자로
내 모성적인 마음에 하나하나 이름을 새길 만큼 큰 사랑이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신적인 차원에 속하는 사랑이었으니 말이다.
이 신적인 사랑에 비하면
인간적인 사랑이란 사랑의 그림자요 겉껍질이며 티끌에 불과하다고 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얘야,
하느님께서는 외관상 위험해 보이는 것을,
말하자면 내 삶의 성화에 적합해 보이지 않는 것을 사용하시어
탄복하도록 그분의 계획을 이루시면서 내가 열망해 마지않은 은총을 허락하셨으니,
바로 ‘말씀’ 의 강생이었다.
또한 그분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특히 나의 순결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뒷말을 하지 않도록 하시려고
내게 보호와 방어와 도움을 주셨다.
성 요셉은 그러므로 협조자요 보호자였으니,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약간의 모성적인 것들과 천상적인 부성애의 그늘을 마련해 주었다.
그 그늘아래 우리의 작은 천상적 가정이 이 땅에 둥지를 틀었던 것이다.
따라서 나는 놀라움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하고 즉각 응답했던 것이다.
하느님의 뜻은
나를 해치지도 나의 성덕을 위태롭게 하지도 않으시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 내가 만일 나의 인간적인 뜻대로 하기를 원했다면,
설사 남자를 알고 싶지는 않다는 점을 들어 그렇게 했더라도,
‘말씀’ 의 강생계획을 망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니 네가 보다시피,
성덕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신분의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고유의 임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하느님의 뜻대로 하지 않는 데에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뜻이 내재해 있고
그 고유의 의무를 면밀히 이행하는 사람 편의 헌신이 뒤따른다면,
혼인을 포함해서 모든 신분이 거룩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감각하고 게을러서 성인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어떤 신분에 속할 때는 연옥을 키우고 다른 신분에 속할 때는 지옥을 기르곤 한다.
그러므로 성전을 떠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
나는 이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친히 외적인 상황을 움직이셔서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는 대로
내가 그분의 흠숭하올 뜻을 이루게 해 주시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과연 ,
성전의 어른들이 나를 불러 혼인 준비를 하는 것이 그들의 뜻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그 당시의 관습이기도 하였다.
나는 받아들였고,
그러자 여러 사람들 가운데서 성 요셉이 기적적으로 뽑히게 되었다.
약혼식을 올리자 나는 성전을 떠난 것이다.
그러니 내 마음의 아가야,
네가 너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이루고자 한다면,
부디 모든 일 속에서 오직 하느님 뜻만을 염두에 두어라.
영혼의 응답
천상 여왕님, 어머니의 이 아이는 자신을 어머니께 맡깁니다.
저의 신뢰로 어머니의 마음을 찌르고자 하오니,
그 상처가 어머니의 마음 안에서 언제나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하고 외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작은 희생 : 오늘 나를 공경하려면 무릎을 꿇고 “영광송”을 열다섯 번 바쳐라.
이는 주님께서 내가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허락해 주신 모든 은총과
특히 성 요셉처럼 거룩한 사람을 동반자로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기 위함이다.
환 호: 능하신 여왕님, 제게 싸울 무기를 주시어, 하느님 뜻을 이루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