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시간 (오전 11시-12시)
십자가에 못 박히시다.
67 십자가에 못박히신 사랑하올 제 예수님,
사람들은 아직 그칠 줄 모르고 당신을 모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든 죄의 찌꺼기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려고 들면서
악의 길을 따라 거의 미친 듯이 내달립니다.
죄에서 죄로 떨어지고, 당신의 모든 법에 불복하고, 당신을 거슬러 반항하고,
마치 분풀이나 하는 듯 지옥에 가기를 원합니다.
68 오, 지극히 높으신 임금님께서 얼마나 노하고 계신지!
그러므로 오, 저의 예수님, 당신은 하느님 아버지의 노여움을 푸시기 위하여
피조물의 완고함까지 모든 것을 쳐 이기시면서,
끔찍하도록 살이 헤어지고 뼈가 빠지고 짓찢긴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몸 전체를
아버지께 보여 드리십니다.
69 (특히) 못에 꿰뚫려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비틀려 있는
당신의 거룩한 두 발을 아버지께 보여 드리십니다.
그런데 제 귀에,
마치 숨을 거두시는 듯, 어느 때보다도 감동적인 당신의 음성이 들립니다.
사랑과 고통의 힘으로 사람들과 아버지의 마음도 사로잡으시려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70 "아버지, 저를 보십시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좀 보십시오. 성한 데라고는 한 군데도 없습니다.
더 많은 고난을 받으려고 해도 상처 입을 자리조차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아버지께서 이 사랑과 고통을 보시고도 노여움을 풀지 않으신다면,
대체 누가 아버지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겠습니까?
71 오, 사람들아,
이토록 큰 사랑을 보고서도 굴복하지 않는다면,
너희가 회개할 가망이 대체 어디에 있겠느냐?
나의 이 상처들과 피는
참회의 은총과 용서와 너희에 대한 자비를
하늘에서 땅으로 끊임없이 불러 내리는 소리가 될 것이다."
72 예수님, 십자가에 못 박히신 저의 사랑이시여,
당신은 이제 더 견딜 수 없어 보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겪는 가공할 긴장,
조금만 움직여도 더 심하게 어긋나는 뼈들의 계속적인 마멸,
점점 더 크게 찢어지는 살,
몸을 태우는 듯한 극심한 갈증,
쓰디쓴 쓰라림과 고통과 사랑으로 당신을 숨 막히게 하는 내적 고통!
73 그리고 그 숱한 순교적 고통들 면전에서
드센 파도처럼 당신 마음을 관통하며 밀려드는 사람들의 배은망덕과 모욕이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인성을 어찌나 심하게 짓눌러대는지,
그토록 많고 큰 고통의 무게를 견딜 수 없어서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습니다.
사랑과 고통으로 어쩔 줄 모를 상태가 되시어
큰 소리로 도움과 자비를 청하시는 것입니다!
74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모든 것을 다스리시고 만물에게 생명을 주시는 당신께서 도움을 청하시다니,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아, 정말이지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보혈 방울마다 그 속에 들어가서
제 피를 부어 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는
당신의 상처들을 하나하나 다 위로하고,
가시마다 살을 덜 찔러 덜 아프시게 하려는 것이요,
당신 성심의 모든 내적 고통 속으로 들어가서 그 쓰디씀의 강도를 약화시키려는 것입니다.
75 저는 또 생명에 대한 보답으로 당신께 제 생명을 드릴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당신에게서 못을 뽑아내고 제가 당신 대신 십자가에 못 박히고 싶습니다.
76 그러나
저는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너무나 하찮은 인간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 자신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당신 안에서 생명을 취하여,
당신 안에서 당신 자신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제 열망을 채워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