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2권

{천상의 책 2권80,1-14(Ⅰ)} "순명은 사랑의 정수이다..

은가루리나 2016. 12. 3. 21:52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2-80



1899년 10월 3일




"순명은 사랑의 정수이다,, 결국 나 자신이 바로 순명이다."

가족의 이해관계나 세속적인 일에 얽혀드는 성직자는 불행하다.




1 오늘 아침에도 예수님께서 괴로워하시는 모습으로 줄곧 나타나셨다. 

인내심이 강하신 그분께  나는 한 마디도 말씀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신앙인들의 통탄할 상태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꺼내실까 봐  

려웠기 때문이다.


2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귀부인 순명'이 무엇이든지 다 쓸 것을 요구하고 

또 이웃 사랑에 관한 것도 쓰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는 무척 고통스럽다. 

그래서 

이 귀부인이  내게 치명적일 수 있는 무기를 든 강력한 모습으로 바뀌자, 

있는 힘을 다해서  고집을 부리며 싸워왔다.


3 사실, 

그것이 그토록 내게는 힘든 일이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내게 비추어 주신 빛 안에서  그 빛에 의하여  

이웃 사랑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이  

도무지 가능할 것 같지 않았으니, 

심장은 수없이 많은 가시로 찔리고  말문은 막히고  

용기도 꺾일 대로 꺾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4 그러므로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친애하는 순명이여, 

나는 당신을 매우 사랑하므로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기꺼이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은 당신도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 주제를 다룰 능력이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그래서  내 마음이 미어지고 있습니다. 

제발 우리 서로 원수가 되지 맙시다. 

당신을 이다지도 사랑하는 자를 잔인하게 대하지 말고, 

부디 너그럽게 대해 주십시오. 

이리로 와서  우리가 어떻게 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지  함께 의논해 봅시다."



5 그러자 그녀는 노기를 가라앉히는 것 같았고, 

그 대신 가장 긴요한 말을 받아쓰게 하였는데, 

그 몇 마디 말 안에 

사랑에 관한 여러 사실들의 포괄적 의미를 함축시키는 것이었다.


6 그러나 그녀가 더 상세하게 쓰기를 원할 때에  내가 이렇게 말하기도 하였다.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이해될 것입니다. 

많은 낱말보다  

하나의 낱말 안에  전체적인 의미를 담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7 때로는 그녀가 양보하고  때로는 내가 양보하는 식으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복된 귀부인과 더불어 (일하려면)  여간 큰 인내가 필요하지 않다

그녀는 그러나  참으로 귀부인이어서 

사람이 자기를 지배할 권한을 주기만 하면  

당장 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어린양의 모습이 된다

고된 일은 자기가 떠안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주님과 함께 쉬게 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그녀는 아무도 그의 잠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감시를 하는 것이다.


8 그러면, 그 영혼이 잠들어 있는 동안  이 귀부인이 하는 일은 무엇이겠는가? 

오, 영혼이 해야 했던 일을 대신 해 주느라고  그녀의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이는 참으로  모든 사람의 정신을,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의 정신도  놀라움에 잠기게 하고, 

모든 마음을 움직여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점이다.




9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자문하고 있었다. 

"순명이란 대관절 무엇일까? 

그 질료는 무엇이며, 이를 존속시키는 양식은 무엇일까?"

그때 예수님께서 당신의 아름다운 음성을 듣게 해 주셨다.



10 "순명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으냐? 

그것은 사랑의 정수(精髓)이다. 

순명은 사람이 자기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즉  더없이 고통스러운 희생에서 오는, 

가장 훌륭하고  순수하고  완전한  사랑이다. 

순명은 지극히 고상하고 거룩한 것이기에, 

인간적인 어떤 것, 

즉 순명에 속하지 않은 것은  그 무엇도 영혼 안에 받아들이지 않는다.


11 그러므로 온통 주의를 기울여  

순명의 거룩한 고상함,  즉 사랑 자체에 속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지 죽여 없앤다. 

이것이 다 이루어지면  더 이상 돌볼 것이 없으므로  영혼을 쉬게 한다. 

순명은 그토록  영혼에게 적합한 것만 남아 있게 하려고  힘쓰는 것이다. 

결국 나 자신이 바로 순명이다."


12 복되신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나는 말할 수 없도록 큰 경탄과 황홀에 잠겼다.



13 오 거룩하신 순명이여, 

당신은 얼마나 알아듣기 힘든 분이신지! 

당신 발치에 꿇어 엎드려 경배드립니다. 

간구하오니, 

이 비참한 삶의 여정에서  저를 인도하시고 가르치시며 비추어 주소서.

당신의 인도와 가르침과 비추심을  받으면 

저는 더 굳건한 확신을 가지고  영원한 하늘을 차지할 수 있겠나이다.


14 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강요하다시피 해서라도 

이 순명이라는 덕행에 관한 이야기를  이쯤서 접어 둘 작정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끝없이 이야기할 것 같으니 말이다. 

언제나  오직 이 이야기만 해도 넉넉할 정도로  많은 비추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것들에도 마음을 써야 하므로  여기에서 그치고, 

앞에서 중단했던 이야기로 돌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