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_맡김

천상의 책_맡김 {6권 17장} 하느님께 자기를 온전히 내어 드리는 영혼에게, 하느님께서도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신다

은가루리나 2018. 3. 18. 17:23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6-17



1903년 2월 7일



하느님께 자기를 온전히 내어 드리는 영혼에게,  

하느님께서도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신다




1 많은 고통을 겪으며 지낸 지난달에는

그 때문인지 글 쓰는 일을 게을리 했다.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 매우 약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내가 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지 않아서 그럴듯한 구실을 붙여 쓸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하였다. 


정말 싫지만  그러나 쓰려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는데, 

오로지 순명만이 이런 나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쓰지는 말고 

기억나는 몇 마디만 적어 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면 참으로 쓸 수 없는 것인지 아닌지 알게 될 것이고, 

쓸 수 있으면서도 구실을 붙여 피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의심도 

사라질 것이다.



2 지금 기억나는 것은 내 건강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던 어느 날,

그분께서 이렇게 물어보신 일이다. 


"딸아, 세상에 음악이 멎어 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 



그래서 나는 

"주님, 무슨 음악 말씀이십니까?" 하였다.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내 사랑아, 바로 너의 음악이다. 


영혼이 나를 위하여 고통을 받으면서 

기도하고 보속하며 찬미하고 끊임없이 감사를 바치면, 

그것이 내 귓전에 끊임없이 울리는 음악이 된다. 


이 음악이 나로 하여금 

땅에서 자행되는 불의의 소리를 듣지 않게 하고, 

그것이 받아 마땅한 징벌을 내리지 않게 한다. 


이 음악은 또한 사람들의 생각 속에도 울리고 있어서 

그들로 하여금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한다. 



내가 만일 너를 이 땅에서 데려간다면 내 음악이 멎어 버리겠느냐? 

나에게는 조금도 그렇지 않다. 


너를 땅에서 하늘로 옮기는 것인즉, 

땅에서 올라오는 음악을 듣는 대신  하늘에서 바로 들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어떻게 되겠느냐?"




4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는 늘 그러시듯이 

나를 데려가시지 않으려고 핑계삼아 하신 말씀일 거야. 


세상에는 하느님을 위하여 많은 일을 하는 선한 영혼들이 숱하게 있고, 

그런 이들 가운데서 

나는 꼴찌 자리조차 차지할 수 없는 위인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분은 

당신께서 나를 데려가시면  음악이 멎어 버릴 것이라고 하시다니! 


그분을 위해서 나보다 훨씬 더 그럴듯하게 연주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련마는!"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그분께서 빛이 번쩍 하듯 갑작스럽게 오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을 이으셨다.




5 "내 딸아, 네 말이 맞다. 

과연 나를 위하여 많은 일을 하는 선한 영혼들이 숱하게 있다. 


그렇지만,  

내게 모든 것을 주기 때문에 나 자신 전부를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이는 자애심을, 어떤 이는 자만심을 그대로 지니고 있고, 

또 어떤 이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 설사 (그 대상이) 경건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버리지 못하는가 하면, 

약간의 허영심이 있는 사람, 

세상에 대한 애착이 남아 있는 사람, 

이해 관계에 붙들려 있는 사람이 있다. 



요컨대, 

어떤 사람은 이것을, 다른 사람은 저것을, 

모두가 그들 자신의 것을 얼마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지장이 되어 

그들 내부의 모든 것이 신적인 것으로 변화되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의 음악에는 완전한 거룩함이 스며나지 않기 때문에 

내 귀에도 사람들의 귀에도 (너의 음악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다.




6 그러므로, 그들은 많은 일을 하지만, 

그럼에도 

자기를 아무것도 아닌 자로여기며 

그 자신을 온전히 내게 주는 사람이 행하는 사소한 일만큼의 효과도 

거두지 못한다



그러니 나를 기쁘게 하지도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