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아무것도 감추지 않았다

[제2장] 20. 감각|그에게는 아무것도 감추지 않았다

은가루리나 2018. 4. 10. 01:34


20. 감각



어떤 학자들은 영혼이 오직 심장 안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일부 저명한 학자들도 그런 오류를 범한다. 


영혼은 전체적이며 나누어지지 않는 것으로서 

발에도 있고 눈에도 있으며 동시에 육신의 각 지체 안에 있다. 


나는 눈으로 들을 수 없고 귀로 볼 수도 없다. 

오감의 다른 능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영혼은 모든 지체 안에 온전히 존재한다. 

오감은 영혼이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며, 

또한 이 길을 통하여 세계가 영혼 안으로 들어온다.



시각은 두 눈보다 더 월등하며 하늘과 땅보다 더 광대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능력은 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파악하고 그것을 영혼 안으로 옮겨간다. 

"주님의 손이 그와 함께 있다." 

'주님의 손'은 성령을 말한다. 

여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활동은 손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손은 팔과 하나이고 또한 육신과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심장에서 시작해서 사지로 퍼져 나가며 손으로 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영혼은 주로 심장에 있으며 심장에는 능력의 주된 원천이 있다. 


육신에서 분리된 영혼은 지성도 의지도 소유하지 못하다. 

그러한 영혼은 말하는 능력도 지니지 못한다. 


사실 그 영혼은 자신의 근저 안에, 뿌리 안에 그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지니지 못한 것이다. 

영혼은 흩어진 사물들을 모음으로써 육신 안에서 정화된다. 

오감이 모아질 때 영혼은 모든 것을 하나로 종합해 주는 공통 감각을 갖게 된다.



내 입이, 내 귀가 하늘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입과 귀가 하늘과 유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 베르나르도는

 "내 눈은 하늘처럼 둥글고 맑으며 몸 안에서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고, 

이질적인 것이 들어오는 것을 참지 못한다"고 말한다. 


내 눈이 벽에 있는 그림을 보려면 그 그림이 공기를 통과해야 하고 

더 엷고 미세한 형태로 내 상상 속에 탄생하여 나에게 동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속성을 영혼이 소유해야 한다. 

그리고 이 비유는 비록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기는 하지만 

죄란 영혼에게 낯선 것이기 때문에 영혼이 죄를 거부다는 사실을 암시해 준다.



하느님이 영혼에게 낯선 것이라면 영혼은 하느님을 전혀 소유하지 않을 것이다. 

눈이 지각하는 것은 수단을 통하여 표상으로 눈에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한 수단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만일 천사가 다른 천사를 보거나 하느님께서 만드신 어떤 것을 본다면 

그 천사는 어떤 수단을 통해서 볼 것이다. 

그러나 자신과 하느님만큼은 직접적으로 본다.



영혼이 일깨워지고 지혜의 관념이 영혼 안에 새겨지는 것은 오직 감각을 통해서다. 

플라톤과 아우구스티노는 영혼이 모든 지식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으며, 

외부로부터 이루어지는 것은 오직 그 지식을 일깨우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 오감으로 사는 사람은 이러한 양식(糧食)을 결코 알지 못한다. 

영혼은 나누어지지 않으며, 각 지체 안에 온전하게 들어 있다. 

눈이 보고 있는 곳에서 귀는 듣지 못한다. 


청각과 시각은 정신 안에서 다루어진다. 

빛은 눈에게 색에 대한 감각을 주는 반면 

영혼은 영혼의 결함 때문에 그러한 감각을 지니지 못한다. 


영혼이 그 색감을 받아들어야 한다면 

그 색감에 살아 있는 모든 외부 감각은 천사가 불러일으켜야 한다. 

천사는 영혼의 상부에 색감을 새겨넣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