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17-19
1924년 10월 17일
피조물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은 너무나 커서
은총과 진리의 빛으로 손수 먹여 기르시며
당신의 온 생명도 마음대로 쓰도록 내놓으신다.
1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큰 사랑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의 정신이 영원한 사랑 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자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나오셔서
내 정신 앞에 빛살들을 펼쳐 보여 주셨다.
2 그 빛살들 안에 태양이 있었고,
이 태양은 존재하는 피조물의 수와 같은 수의 광선을 내포하고 있었다.
피조물마다 온전히 자기만을 위한 광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에게 생명과 빛과 열과 힘과 성장력을,
곧 한 생명을 이루는 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주는 광선이었다.
3 포도나무에서 돋아난 가지들이 그 나무에 붙어 있듯이,
각 피조물이 이 태양 광선마다 달려 있는 것을 보니 즐거웠다.
내 정신이 그 안쪽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에 사랑하올 예수님의 말씀이 들렸다.
4 "딸아, 내가 얼마나 큰 사랑으로 피조물을 사랑하는지 보아라.
피조물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이미 나의 배 속에 있었다.
나는 그를 낳은 후에도 그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이 삶을 사는데에 필요한 모든 것을 대주려고
내 생명을 지닌 광선 한 줄기가 그를 따라다니는 것이다.
5 그리고 나는 그를 얼마나 정성들여 기르는지 모른다!
얼마나 큰 사랑을 쏟아 부어 주는지!
내가 몸소 빛과 열이, 음식과 보호가 된다.
그리고 그가 현세의 날수를 다 채우면,
같은 광선의 길을 따라 그를 내 배 속에 도로 들어오게 하여
천상 아버지의 나라 속을 두루 다니게 한다.
6 피조물에 대한 나의 사랑은 내가 푸른 하늘에 만들어 둔 태양을 능가하는 태양이다.
더욱이 내가 인류의 유익을 위하여 창조한 태양은 바로 참태양인 나의 그림자다.
사실, 대기에 싸여 있는 태양은
초목을 기를 수도, 물을 주어 시들지 않게 할 수도 없고,
아름답고 튼튼하게 자라는 데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줄 수도 없다.
7 인간은 비록 소경이라고 하더라도 그 빛을 (부분적으로) 누릴 수 있다.
이처럼 태양은 빛을 비추고 열을 주는 스스로의 역할만을 하며 움직일 뿐이어서,
물을 공급받지 않은 식물에 대해서는
그 자신의 좋은 것으로 좋은 결과를 낼 방도가 전무하다.
좋은 결과는 고사하고 식물을 한층 더 마르게 할 따름이다.
8 그 반면에 영혼들의 참태양인 나는
밤이나 낮이나 떠나지 않고 나 자신이 그들을 기른다.
그들에게 내 은총의 물을 주어 시들지 않게 하고,
내 진리의 빛을 양식으로 주고, 나의 모범으로 그들을 강화한다.
9 또 내 어루만짐의 바람이 불게 하여 그들을 정화하고,
내 은사(恩賜)의 이슬로 아름답게 단장하고,
내 사랑의 화살을 쏘아 그 마음들을 뜨겁게 한다.
결국 내가 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그들에게 모든 것이니,
그들의 선익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의 온 생명도 마음대로 쓰도록 내놓는다.
10 그러나 인간은 얼마나 배은망덕한지!
그들은 나 없이는 지낼 수 없기 때문에 마지못해 나의 포도나무에 붙어 있다.
사랑해서 붙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나무의 수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발육이 나쁘고
열매를 잘 익히지 못하는 가지들과 같다.
그 결과 나의 거룩한 입맛에 맞지 않는 들포도(이사 5,4-역주)나 낼 뿐이다.
11 아! 모든 이가 자기네 영혼을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안다면,
내 사랑과 힘과 매력에 사로잡혀 나를 더욱더 사랑하련마는!
너는 그러니 나를 사랑하여라.
모든 이를 대신할 만큼 확대된 사랑으로 나를 사랑하여라.“
<내 포도밭을 위하여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했더란 말이냐?
내가 해 주지 않은 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나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어찌하여 들포도를 맺었느냐?> (이사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