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해사제에 대하여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주님, 저를 도와 주십시오.
'거룩한 순명'에 언제나 맞서려고 하는
저의 반항적인 의지를 묶어 주십시오.
그것이 저를 몹시 괴롭힙니다.
어떤 때는 죽은 듯이 보이다가도
제 안에서 마치 뱀처럼 되살아나서 전보다 더 저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더욱 튼튼한 끈으로 묶으시고
당신의 거룩하고 흠숭하올 뜻을 넘치도록 채우시어
제 뜻이 당신 뜻 안에 사그라지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저는 '거룩한 순명'과 싸울 필요가 없어지기에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니, 오 '거룩한 순명'이여,
제가 늘 당신에게 대들더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모든 일 속에서 침착하게 당신과 일치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때로는, 예컨대 고해사제에 대한 기록을 두고
지금 당신과 싸우고 있는 이 싸움에서처럼,
제가 옳다고 여겨지곤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시작합시다!
입은 다물고,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쓰기 시작합시다.
* * *
지난날의 내 고해사제인 미켈레 신부님이 매우 바빠서 오실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럴 경우 언제나 그러했듯이 현재의 내 고해사제인 젠나로 신부님 오셨다.
그러나 내가 젠나로 신부님의 지도 하에 있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무엇보다도 특히 미켈레 신부님과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거침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젠나로 신부님이 내 고해사제가 되기 일년 반쯤 전,
내가 여느 때와 같은 상태로 있었을 때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미켈레 신부님이 이제 나의 내면 생활을 돌보지 않으니
(산 제물이라는) 내 신분에 대하여 그가 그분께 협력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산 제물인 영혼들을 고해사제의 손에 맡길 때
사제는 그들 내면의 뜨거운 활기가 지속되게 해야 한다.
그러니 그에게 나의 (이 뜻을) 따르든지
아니면 내가 다른 사제의 손에 너를 맡기게 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여라."
그래서 나는
"오 주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신부님처럼 날마다 스스로를 희생하며
십자가를 지러 올 만큼 참을성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의 이 사제(즉 젠나로 신부)에게 빛을 주며 지명하면
그가 올 것이다."
"이 십자가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다. 그는 올 것이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내 어머니를 파견하겠다.
그는 내 어머니를 사랑하니까 그분의 당부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너도 어떤 사람을 정말 사랑한다면
틀림없이 그의 청을 들어주지 않겠느냐?
그러나 이 (미켈레) 신부가 어떻게 하는지 좀더 두고 보겠다.
너는 그에게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다 전하여라."
(미켈레) 신부님이 오시자 나는 그 모든 말씀을 상세히 전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는 또 하나의 일을 맡았기 때문에
나의 내면 생활을 돌볼 형편이 되지 않았다.
분명히,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더 잘할 힘이 없을 뿐이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더 열심히 헌신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과 같이 소홀해졌던 것이다.
복되신 예수님께서 이 사제를 못마땅하게 여기시며 탄식하시기에
나는 또다시 그 사실을 전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
(미켈레) 신부님이 몸소 (젠나로) 신부님을 보내신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젠나로) 신부님에게도 마음을 열고
여기에서 말한 모든 이야기를 해 드렸다.
이 신부님이 기꺼이 오겠다고 했을 때에 나는 적잖이 놀랐고,
예수님 말씀이 과연 들어맞았다고 혼잣말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의 이 경탄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내게 오겠다고 했던 그 사제의 약속은
차츰 그림자처럼 희미해지더니 사라지고 말았다.
이틀 혹은 사흘이 지나자 다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그림자처럼 사라졌으므로,
나는 하느님의 안배를 찬미하면서
계속 (미켈레) 신부님의 지도를 받았다.
특히 이 사제와 지내는 것을 내가 좋아한 것은
그가 나를 위하여 수많은 희생을 바쳐왔기 때문이었다.
또 일년쯤 지난 후에
나는 그 점이 양심에 걸리기에 (미켈레)신부님에게 말씀드렸고,
그러자 신부님은 "젠나로 신부를 보내주겠소." 하는 것이었다.
(젠나로 신부님은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고해사제이거니와)
그때부터는 이 일에 온전히 투신하게 되었다.
그들 사이에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던 당시에
예수님께서 그것에 대하여 거듭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너는 참견하지 말아라.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왔고 만사가 잘 풀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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