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루이사 피카레타의 생애와 사명 〔제2장-그리스도의 부르심 ④〕(p.19-22)

은가루리나 2015. 12. 27. 01:12


5 (p.19)




  예수님께서는 그와 같이 “무질서한 애정” 으로부터 루이사를 정화하신 뒤 

영성 수련의 강도를 높이셨다.


  “그러니 이제는 피조물에 대한 애착을 없애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너 자신에 대한 집착을 없애야 한다. 

곧 네가 오로지 내 안에서만 살고자 한다면 너 자신에 대해서는 죽어야 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내가 나 자신의 생명을 네 안에 넣어 주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네가 지금껏 해 왔던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굳건해져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라. 너 혼자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너는 나와 함께, 나는 너와 함께, 곧 우리는 함께 모든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예수님은 루이사에게 자신의 뜻을 버리는 훈련을 시키셨다. 

그녀가 머뭇거리며 제자리걸음을 할 때마다 내적으로 훈화 말씀을 주셨던 것이다.


  “내가 시골에 가서 온갖 꽃과 풀과 나무들 따위에 둘러싸여 (즐기고) 있었을 때에는 

이런 말씀을 하시기도 하였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너에 대한 사랑 때문에 창조하였다. 

그러니 너도 나에 대한 사랑으로 이 즐거움을 희생하여라.’ 

교회에 들어가서 

거룩한 기물이나 제대포나 다른 깨끗한 성물들을 돌러보고 있을 때에도 

그분은 즉시 꾸짖으시면서

‘나 말고 무엇이 너를 기쁘게 할 수 있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내가 의자에 편한히 앉아 일하고 있으면,

 ‘너는 너무 편안히 앉아 있다. 

내 생애는 끊임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는 것을 잊어버렸느냐?' 하시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그분을 기쁘시게 하려고 의자의 반쪽만 차지하며 즉각 고쳐 앉았다. 

그리고 내가 늑장부리며 하는 둥 마는 둥 일하고 있으면, 

그분께서는 

‘서둘러라. 나와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해서 시간을 절약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또 어떤 때는 일정한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을 정해 주셨고, 

그러면 나는 그분께 기쁨을 드리려고 열심히 일했다. 

이 경우 만일 시간에 맞추어 그 일을 다 끝낼 수 없을 것 같으면, 

오셔서 나를 도와주시기를 그분께 청하였고, 사실 여러 번 도와주셨는데, 

그것은 내가 자유롭게 그분과 함께 있도록 하시기 위함이었고, 

그것도 함께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의 언제나 더 많이 기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므로 그럴 때에는 

내가 하루 종일 해야 다할 수 있는 일을 그분 덕분에 빨리 끝낼 수 있었다. 

그러면 그분은 나를 기도 안으로 끌어당기셔서 

하느님께서 사람들에게 주시는 

수많은 빛과 은총들에 대한 관상기도에 온전히 몰입하게 하셨기 때문에 

나는 이전보다 더 깊이 매료되어 피로나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었고, 

오래도록 줄곧 기도 안에 머물러 있고 싶었다. 

게다가 얼마나 배가 부른 느낌인지 기도가 내게 주는 음식만을 먹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런 나의 원의에 반대하셨다. 

식사시간이 되면 지체 없이 이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어서 서둘러라. 가족들을 기다리게 하지 마라. 나에 대한 사랑으로 식사하기 바란다.’ … 

가끔 식사 중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 자꾸 집어먹고 있으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유일한 쾌락은 너에 대한 사랑으로 언제나 극기하는 것이었는데,

너 혹시 잊어버린 것 아니냐? 그건 그만 먹고 네가 좋아하지 않는 다른 걸 먹어라.’


  예수님은 이처럼 아주 사소한 일 속에서도 나의 뜻을 죽이고자 하셨다. 

그것은 오로지 그분 안에서만 살아가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예수님께서 루이사를 이끄시어 피조물과 자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서 

갈바리아산의 정상에까지 꾸준히 올라가게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