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8권

{8권 34장}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사는 삶은 항구적인 영성체 상태의 삶이다. 어떤 처지가 하느님의 뜻인가를 판별하는 법

은가루리나 2018. 4. 20. 12:14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8-34



1908년 4월 8일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사는 삶은 항구적인 영성체 상태의 삶이다

어떤 처지가 하느님의 뜻인가를 판별하는 법




1 나는 날마다 영성체를 할 수 없어서 마음이 언짢았는데,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오셔서 곧바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나는 네가 무엇에 대해서든지 언짢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실, 날마다 영성체를 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렇지만 영혼과 나의 그 친밀한 일치는 얼마 동안 계속되겠느냐?

고작 15분밖에 되지 않는다.


2 네가 무엇보다도 관심을 쏟아야 할 일은 

너의 뜻이 나의 뜻 안에 완전히 녹아들게 하는 것이다.

나의 뜻 안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나와의 친밀한 일치가 고작 15 분이 아니라,

언제나, 언제까지나 지속되기 때문이다. 

나의 뜻은 영혼과의 끊임없는 친교이다.

그러므로 나의 뜻을 행하며 사는 사람에게는 하루에 한 번이 아니라

매 시간 매 순간이 항구적인 영성체가 되는 것이다."




3 나의 지고하고 유일한 선이신 분께서 오시지 않기 때문에

몹시 괴로운 나날을 보내면서 

(산 제물)이라는 내 신원이 어쩌면 하나의 허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다.

고해사제가 오실 때까지 움직이지 못하거나 아무 일도 못한 채 침상에 있는 것이,

그것도 여느 때처럼 졸음이 오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있는 것이 

얼마나 나를 괴롭히며 못살게 구는지

그 고달픔과 한없이 쏟아지는 눈물로 인해 병이 날 지경이었던 것이다.


4 그래서 신부님에게,

내가 졸리지 않거나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의 신비 중 하나에 산 제물로서 함께 하는 것을

그분께서 기꺼워 하시지 않을 경우에는

늘 하던 대로 침상에 앉아서 수작업을 (곧 '톰볼로'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그렇게 명령을 내려 주시기를 몇 번이나 애걸하다시피 간청하였다.

그러나 신부님은 계속 단호하게 금지해 왔고,

오히려 한 수 더 떠서,

내가 비록 지고한 선이신 분을 뵙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바로 그 부재와 순명이 주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나의 이 처지를 산 제물의 처지로 생각해야 한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늘 순명해 왔지만,

순교적 고통이라고 할 만한 내 마음의 고통이 내게 계속 이렇게 부르짖고 있었다.





5 "이것이 허위가 아니라고?

그럼 너의 졸음은 어디로 갔느냐?

산 제물인 너는 어디에 있느냐?

주님의 수난 신비 중 무엇을 겪고 있느냐 말이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산제물인) 체하지 말아라! 일해라. 일해라 .

이 거짓 구실이 너를 멸망으로 이끌리라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그런데도 너는 - 너는 떨리지도 않느냐?

하느님의 무서운 심판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냐?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너는 단지 영원토록 결코 빠져나오지 못할 너 자신의 지옥만을 파고 있었다는 것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거냐?"



6 오 하느님 맙소사.

내 마음이 잡아 찢기던 그 고통을,

내 영혼이 고문을 당하는 듯 하던 그 잔혹한 고통을 누가 다 말할 수 있으랴!

나를 짓밟아 뭉개서 아픔의 바다 속으로 던져 넣던 그 고통을!

그러나 '순명'은 폭군처럼 나 자신의 뜻을 티끌만큼도 허락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빌 따름이다.

이와같이 안배하신 것도 그분의 뜻이기 때문이다.





7 그 지독한 고통의 와중에도 지난밤 여느 때와 같이 있노라니

사람들 몇이 나를 에워싸고 이렇게 말하였다.

"파올라의 성 프란치스코(1416-1507 - 역주)를 기념하여

'주님의 기도' 와 '성모송' 과 '영광송' 을 한 번씩 바치구려.

그러면 성인이 고통 중에 있는 그대가 기운을 차리도록 약간의 음식을 가져올 것이오."

그래서 나는 그 기도를 바쳤다.

그러는 사이에 성인이 나타나서 작은 빵 한 덩이를 주면서 "먹어요." 하였다. 


8 그것을 먹고 나자 매우 튼튼해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성인이시여, 말씀 좀 드리고 싶습니다." 하였다.

성인은 아주 친절하게 "말해 보구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소?" 하고 물었다.




9 "저는 저의 이 신분이 하느님의 뜻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두렵습니다.

들어 보십시오. 

이 병증이 간격을 두고 때때로 나타났던 초기 몇 년 동안에는 

우리 주님께서 산 제물이 되라고 저를 부르신다고 여겼고,

동시에 내적인 고통과 상처들도 받았습니다.

외적으로는 (아무 표시 없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그저 발작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불길한 징후가 생기는 것은 

그것이 (순전히) 저의 환상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지는 것입니다."

 


10 그러자 성인은 

"어떤 처지가 하느님의 뜻인가를 알게 하는 가장 확실한 표는,

그것이 더 이상 하느님의 뜻이 아니하는 것을 영혼이 알게 되면

언제라도 달리 처신할 각오로 있는 것이오." 하였다.




11.그래도 나는 확신이 서지 않아서 다시 이렇게 덧붙였다.


"성인이시여, 제가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리지는 않았으니, 들어 보십시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초기 몇 년은 이따금씩 그러했지만

우리 주님께서 지속적인 희생제물이 되라고 부르신 이래

제가 침상에서만 생활해 온 지 어언 21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누가 저의 이 괴로움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보기에 때때로 그분께서는 저를 떠나시고 고통도 앗아가 버리십니다.

저의 처지에서는 고통이 오직 하나뿐인 충실한 벗인데도 말입니다.

그러니 저는 하느님 없이,

또 고통이라는 지주도 없이 마구 으깨진 상태로 있게 됩니다.......

저의 이 신분이 하느님의 뜻이 아닐지 모른다는 의구심과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12 성인은 아주 상냥한 어조로 

"내가 방금 한 말을 되풀이하거니와,

그대가 하느님의 뜻을 알기만 하면 언제라도 그 뜻대로 행할 각오로 있다면

- 그렇다면 그대의 그 처지가 바로 하느님의 뜻인 것이오." 하셨다.


13 이제 나는 속으로 절감하고 있다.

만일 내가 하느님의 뜻을 분명하게 알기만 하면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 거룩하신 의지를 따를 각오로 있다는 것을!




14 그러므로 한결 마음이 차분한 상태로 있게 되었다.


15 주님께서는 언제나 감사를 받으소서!